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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 오묘하면서도 자꾸 당기는 맛. 망원 '코브라 파스타 클럽' - 파스타 가브라스, 블루베리 치즈 피자 본문

고독한 애어른(음식 탐방)

[망원] 오묘하면서도 자꾸 당기는 맛. 망원 '코브라 파스타 클럽' - 파스타 가브라스, 블루베리 치즈 피자

카이마스 2021. 10. 27. 00:39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치고 오랜만에 외식을 하러 나왔다. 기껏 나온 김에 그동안 방문을 벼르고 있던 망원의 유명한 파스타 집을 찾아갔다.

이전까진 인스타로 예약을 받았던 곳이었지만 요즘엔 예약 없이 방문해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골목길을 지나고 지나서 찾은 '코브라 파스타 클럽'. 길 찾기가 조금 까다로울 수 있다.

도착한 시간은 11시 20분쯤. 점심시간이라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순식간에 거의 만석이 됐다. 조금만 늦었으면 대기줄을 설 뻔했다.

메뉴는 6가지 정도로 파스타 집치고는 조금 단출한 편이지만 메뉴명 하나하나가 흥미를 자극한다.

나는 이 집의 시그니처인 '파스타 가브라스'와 '블루베리 치즈 피자'를 주문했다.

 

블루베리 치즈 피자(16000원)가 먼저 나왔다. 혼자 먹기에 적당한 크기다.

주문 전에 점원 분께 피자 크기가 어느 정도 되냐고 물었을 때 손으로 "이 정도..."라면서 보여줬을 땐 충분히 파스타랑 같이 먹을만한 양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오고 보니 제법 크기가 컸다. 1인분이라기 보단 1.5인분 정도?

'아, 이건 무조건 남기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쉽게도 이곳에서 남은 피자는 포장이 불가능하다. 매장 자체에 포장용기가 없기 때문에 혹시나 여러 메뉴를 시켰다면 파스타 종류는 웬만해선 매장에서 다 먹고, 남은 피자는 직접 포장용기를 챙겨가는 편이 좋을 거 같다.

파스타가 나오기 전에 먼저 한 입. 막 구워낸 피자만큼 맛있는 음식도 없지만, 이 집의 블루베리 피자는 특히 그 맛이 농후했다. 피자는 다양한 토핑이 올라가는 만큼 맛이 풍부해지지만 오히려 이곳의 피자는 그 반대이다.

토핑은 치즈 외엔 설탕에 절인 듯한 블루베리만 올라가며 치즈의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블루베리의 달달함과 조화가 좋았다. 달콤한 피자에 대해 조금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피자라기 보단 치즈를 얹은 블루베리 베이글에 가까운 맛이었다.

테두리 부분은 크러스트가 아니라 도우를 안쪽으로 덮은 것이라서 테두리 끝까지 치즈와 블루베리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간장 베이스의 오묘한 맛이 특징인 파스타 가브라스(16000원). 이제껏 다른 파스타 집에선 맛보지 못한 맛이었다.

피자를 절반정도 먹었을 때쯤, 파스타가 나왔다.

향은 간장을 베이스로 해서 그런지 파스타보단 일식 야끼소바에 가까웠다. 토핑은 깍둑 썰기한 버섯이 주를 이루고 달걀노른자, 고기, 양파, 애호박, 파래 가루 등이 들어갔다. 달걀노른자를 깨트려 뒤섞으면 소스가 눅진해지면서 달걀의 풍미가 확 살아난다. 간장으로 만든 까르보나라 같은 느낌이 났다.

맛은 간장 베이스 치곤 의외로 많이 짜지 않았다. 짠맛보다는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 좀 더 도드라졌다. 비유하자면 야끼소바에서 자극적이지 않은 채소의 단맛이 부각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맛의 비율이 상당히 오묘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맛이었다. 오히려 너무 특이해서 일반적인 파스타 맛에 익숙한 사람들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버섯이 많이 들어간 덕에 씹는 식감은 아주 좋았다. 일반적으로 파스타에 들어가는 버섯은 채로 썰기 마련인데 이곳의 버섯은 깍둑썰기로 들어가 씹을수록 버섯의 식감과 향이 강해졌다.

 

결국 피자는 한 조각 남기고 말았다. 아깝...

개인적인 평가는 5점 만점에 4.5점.

하나같이 나의 예상과는 다른 색다른 맛이었고, 이 맛을 다른 곳에서 찾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양에 비해 가격도 나름 합리적이지만 남은 피자를 포장해 갈 수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맛으로만 따지자면 꼭 한 번은 들러볼 만한 곳이다. 사람들로 금방 북적이는 곳이니 시간대를 잘 정해서 가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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