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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덕] 더하기보다 빼기. 신공덕 '신성각' - 간짜장 본문

고독한 애어른(음식 탐방)

[신공덕] 더하기보다 빼기. 신공덕 '신성각' - 간짜장

카이마스 2020. 7. 5. 14:05

신공덕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 어언 30년이 넘게 지났다. 나름대로 이 근처의 맛집은 전부 찾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적이 있음에도 내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신성각'이라는 중국집이 생각났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였을까, 왜 이제껏 이곳을 방문해 볼 생각을 한 번도 못해 봤을까?

마침 점심 메뉴 뭐 먹을지도 고민되던 찰나에 잘 됐다고 생각하며 '신성각'으로 향했다.

 

 

얼핏 보면 그냥 어디에나 있는 동네 중국집 같은 외관. 하지만 외관만 보고 맛까지 판단해선 안된다.

오픈 시간이 11시 37분인데 11시 45분에 도착했는데도 7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2시까지 약속이 있었던 터라 너무 오래 기다린다 싶으면 그냥 갈 생각이었는데, 30분 정도 대기 후에 입장할 수 있었다.

식당 안의 좌석은 딱 3 테이블로 14 좌석 밖에 없는 작은 공간이다. 부엌 안에선 연이어 주방장께서 수타면을 치는 소리가 들리고, 메뉴도 단출하게 짜장면, 간짜장, 탕수육, 만두 딱 4개 밖에 없다. 그 흔한 짬뽕조차 메뉴에 없는 중국집은 처음이라 조금 얼떨떨 하기도 했다. 거기다가 계산은 무조건 현금만.

진짜 옛날 초등학교 저학년 다니던 시절의 중국집 같은 모습에 신기해 하면서 간짜장과 만두를 주문했다.

 

하얀 면발의 간짜장(6000원). 첨가물 없이 물과 밀가루 만으로 반죽을 해서 쫄깃함은 덜 하지만, 오히려 그게 좋다.

오직 물과 밀가루 만으로 반죽을 해서 그런지 면발이 요즘 짜장면과는 다르게 하얗다. 원래 밀가루로 반죽이라면 이런 색이 나와야 하는게 정상이건만 노란색이 아닌 면발을 보자니 오히려 위화감을 느꼈다. 그만큼 내가 첨가물이 포함된 면에 익숙해 졌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제일 중요한 짜장은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볶은 춘장의 향이 느껴졌다. 면이 불기 전에 얼른 짜장을 붓고 비벼 한 입 후루룩 흡입하자마자 느낀 생각은 '어? 이게 뭐지?'.

이곳 짜장면의 맛이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솔직히 이제까지 먹었던 어떤 짜장과도 다른 맛이 느껴졌다.

일단 가장 큰 특징으로 단맛이 없었다. 요즘 짜장이라고 하면 단맛이 느껴지는데 이곳의 짜장은 단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춘장 특유의 짠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간이 세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춘장의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질 뿐,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게 볶아진 양파, 양배추 등의 채소와 어우러져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었다.

첨가물을 더하지 않고, 빼는 것으로 만들어진 맛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면 역시 비록 요즘에 나오는 짜장면에 비해선 탄력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수타면이라 충분한 면의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짜장면만 먹기엔 뭔가 허전해서 추가 주문한 만두(4000원). 기성품이 아닌 직접 만드시는 거 같다.

 

사이드로 추가 주문했던 만두까지 완식

개인적인 평가는 5점 만점에 5점.

특별한 맛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말 맛있다!!' 라고 감탄할 맛도 아니다.

다만 짜장면을 다 먹고 나서 속이 더부룩하지 않았던 적이 처음이었고, 저녁에 잠들기 전에 다시 한번 짜장면의 맛이 생각한 적도 처음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짜장면에 대한 호불호는 굉장히 심할 거다. 누군가는 다 먹지도 못하고 도중에 식당을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 짜장면은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음식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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